영국 명기의 배경 (퍼온 글)
명기의 정의는 여러 가지 각도에서 내릴 수 있겠지만, 역시 여러 오디오 선배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것이 가장 믿을만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불행하게도 한국인 오디오 선배들은 대부분이 미국 통이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영국 쪽의 빈티지 오디오에 문외한 들이라, 아직도 국내에는 대다수의 분들이 쿼드II가 영국 최고의 명기라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대다수의 미국인들도 보스 BOSE 스피커가 세계 최고의 스피커라고 믿고 있다고 하니 두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따라서 영국인 빈티지 오디오 수집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침이 마르게 추천하는 파워 앰프들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영국의 빈티지 앰프를 논하고자 함은 본인이 영국에서 수년간 빈티지 앰프를 수집하였기 때문만은 아니라 영국이라는 나라가 갖는 특수성도 배제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뉴턴에서 시작되는 고전물리학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우리가 고등학교 때 물리교과서를 통하여 접하던 전자설의 톰슨이니 래더포드니 하는 이들이 다 영국대학의 선생들이었고, 2차 대전 중에 독일공군의 폭격으로부터 큰 피해를 보지 않고 영국이 살아 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일에서 폭격기가 이륙할 때 영국 내에서도 거의 같은 시각에 전투기가 이륙할 수 있도록 영국 Great Britain섬 동해안을 따라 설치된 레이더 망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2. Millitary와 Industry는 불가분의 관계가 아니겠습니까? 전후 영국의 오디오 산업은 산업발달을 발판으로 한 춘추 전국시대를 맞이하게 되니, 그 결과 오디오 생산 업체가 우후죽순과 같이 생겨 나게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별볼일 없는 업체도 많이 있었지만, 기술력이나 모든 면에서 우수하되 marketing에 실패하여 단명한 회사도 여러 개 있고, 실제로 일찍이 자리를 잡은 굴지의 업체가 뛰어난 작은 업체를 합병한 예는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다국적기업으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EMI사가 1990년대 초에 고용 회계사와 변호사에게 50, 60년대에 합병한 회사들의 처리를 지시 했는데 그 숫자가 무려 300여 개 이었다고 합니다. 그 300개 회사 안에는 비록 단명 하였지만, 상당한 물건 같은 물건을 생산하던 기라성 같은 회사가 여러 개 있었고, 그 회사의 설립자들은 대개가 취미로 오디오를 자작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많은 양을 생산하지 못했던 관계로 관심을 갖고 찾지 않으면 본토인 영국 내에서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 입니다. 따라서 아래에 본인이 지난 십 수년간 찾아 헤매던, 그리고 어렵게 구하여 들여다 놓고는 (대개는 마누라 몰래) 애지중지 하며 아껴 듣던 파워 앰프를 몇 가지 정리 해 보고자 합니다.
3. 명기에 사용된 명 출력관 빈티지 앰프를 모으다 보니 당연하게 각 앰프에 어떤 출력관이 사용되었는가가 주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관을 논하지 않고 논하는 빈티지 앰프는 말 그대로 nonsense 그 자체라 아니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진공관 앰프에 입문을 ECL86을 쓰는 Rogers의 Cadet III로 하였는데 그 독특한 음색으로 그때까지 듣던 TR앰프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불과 채널당 5W 정도의 출력밖에는 나지 않았지만 탄노이 모니터 레드나 골드를 드라이브 시키면서 큰 불만 없이 한동안 좋은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스케일이 큰 오페라를 듣다 보니 아무래도 출력이 좀 딸리는 것 같아서 바로 EL84, KT66, EL34, KT61, KT88관을 쓰는 앰프를 찾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EL34를 쓰는 앰프에 가장 손이 많이 가고 있지만, 지금까지 수십 개 수집해 놓은 PX4, PX25 관을 얹을 수 있는 빈티지 앰프를 손에 넣게 되는 날을 기대 하고 있습니다. 관들은 제각기 다른 메이커의 것을 거의 다 시도해 보았는데, 결론은 역시 영국관이 다른 어느 관들 보다 더 우수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말라드 (Mullard)의 EL34관은 타에 추종을 불허 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산 관들은 값이 싼 반면에 수명이 짧고 음질이 너무 열악한데 반하여, 소보텍관은 아쉬운 대로 막 쓰기에는 그런대로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수명 등을 고려 하건 데 엄청난 값에 거래되는 Mullard EL34나 GEC나 Marconi나 Osram의 KT66, KT88등이 꼭 비싸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4. 영국산 빈티지 파워 앰프
A. QUAD II, mono+mono (1957-1970, 출력관 KT66 x2) 개인적으로 싫으니 좋으니 해도 역시 QUAD II는 영국을 대표하는 빈티지 파워 앰프 리스트에서 뺄 수 없는 존재 입니다. 전 세계에 팔린 수량은 빈티지 가운데 거의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록 최근 들어 운영권이 이리저리로 옮겨져서 옛날과 같다고는 하지 않지만, 아직도 그 아프터 세일 서비스는 거의 전설적 입니다. 캠브리지의 헌팅던에 소재한 쿼드에 미리 연락해 놓으면 오전에 갖다가 주고 하루를 그 주변의 작은 도시 등을 구경하고 놀다 오후에 가면 서비스를 다 해서 물건을 넘겨주기도 합니다. 전세계의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몇 년 전에 엄청난 가격이기는 하지만 한정판으로 기념 edition QUAD II를 생산 했습니다. 관을 GEC관을 못 얹기도 하였고 그 기념 edition 앰프가 오리지널만 못하다는 중론이 일어서 오리지널의 QUAD II의 value만 올려 놓고 말 앗습니다. 노이지가 작아서 편안한 소리를 내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리가 너무 느리고 저음이 너무 푸석푸석하여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그 모양(Look)은 그 다른 어떤 앰프에 뒤지지 않습니다. 일전에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화백 한 분이 다녀 가시면서 그 모양에 반하여 한 세트를 빼앗긴 적도 있었습니다. 그분 말씀이 소리야 둘째치고 트랜스포머와 진공관 배열 등은 어떤 조각품에 뒤지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B. LEAK TL12.1, mono+mono (1949-57, 출력관 KT66 x2 삼극관 연결) 서울의 한국인들을 제외한 일본인 중국인을 포함한 만인이 우상화 하는 최고의 빈티지 파워 앰프입니다. 명실 공히 The Rolls Royce of Vintage Hi-fi. 깊고 단단한 저음은 물론이고 지나치지 않은 고음 역시 그 명성에 걸맞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앰프. 트랜스포머의 형태로 구분하여 몇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초기의 것은 소위 말하는 open transformer로 트랜스포머의 뚜껑이 없고, 후기의 것은 closed transformer로 뚜껑이 닫쳐 있습니다. 전자가 초기의 것이라고 많이들 찾기는 하지만, 자장 등의 간섭의 측면에서는 후자가 우월하다고 후자를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외에 전면에 volume control이 달린 BBC 버전이 있는데, 영국이 식민지를 5대양 6대 주에 거느리고 있을 때, 영상 50도의 아프리카와 영하 50도의 극지방에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썼다고 합니다. 특히 이 12.1이 KT66가운데 에서도 소위 한국 사람들이 먹관 이라고 부르는 dark gray관을 쓸 때 내는 차분한 소리는 다른 어떤 앰프도 견줄 수 없는 소리이었습니다. 영국뿐만 아니라 거의 전세계적으로 이 12.1은 QUAD II의 가격의 두 배가 넘는 것이 상례인데,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QUAD II보다 오히려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L84를 쓰는 12+와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니 주의 하십시오.)
C. PYE HF 25, mono+mono (1955-60, 출력관 KT66 x2) 몸체의 색갈이 연한 하늘색을 띠고 있고 외관은 비슷한 시기의 다른 앰프보다는 다소 허술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앰프인데, 일단 연결해 놓고 듣기 시작하면 다른 앰프에는 손이 가지 않을 정도의 앰프 입니다. 위에 적은 Leak 12.1도 처음 보면 그 우람한 트랜스포머의 크기에 놀라게 되는데, PYE HF 25는 그 무게에 압도 당하게 됩니다. 저음의 깊이는 그 어떤 앰프도 적수가 되지 못 합니다. 혹시나 하여 문헌을 찾아 보았더니 frequency response가 2Hz-160kHz라고 하여 오자가 아닌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애호가에게 문의 하니 맞는다고 하며 그 무시무시한 베이스가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coupling capacitor용량을 바꾸어 쓰며 tuning 한다고 합니다. 출력은 다소 커서 출력당 25W.
D. PYE MOZART, stereo (1959-64, 출력관 EL34 x1) Integrate형태가 비교적 많이 눈에 띠고 power pre 분리형은 귀합니다. (시리얼 넘버가 숫자가 아니라 코드여서 정확한 생산 숫자를 확인 할 수 는 없지만, 생산 라인에서 일했던 기능공의 기억으로는 약 1만대 정도가 생산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새로 개발된 스테레오 기술을 바탕으로 Decca에서 판매하던 스테레오 음반과 같이 각광을 받던 제품입니다. EL34 관을 채널당 하나씩 써서 9.5W를 내는데, 다른 빈티지 앰프 디자인에서 보기 힘든 형태로 관을 수직으로 세우지 않고 수평으로 눕혀 놓은 모양입니다. 오디오의 slim화의 효시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크기도 다소 왜소 하여 별볼일 없는 앰프라고 얏 잡아 보았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이 single ended design의 앰프를 통해서 듣는 오페라의 현장감은 다른 어떤 앰프도 쫓아오기 힘들 것 입니다. frequency response역시 2Hz-80kHz으로 베이스에 관한 한 PYE 일가는 한몫 단단히 하는 것 같습니다. 파워 앰프와 짝을 이루는 프리와 튜너의 디자인도 상당히 독특하여 한몫 합니다. 전면의 빛나는 메탈 패널은 수집가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E. AVANTIC BEAM-ECHO DL7-35, mono+mono (1956-60, 출력관 EL34 x2) 앞에서 언급했던 EMI에 합병되는 비운을 격은 업체였던 Avantic의 간판 급 앰프 입니다. 기본 회로는 Mullard 5-20 회로 (진공관 5개로 20W를 출력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를 썼는데 Mullard 5-20 회로를 쓴 앰프가운데 최고봉으로 불립니다. 본인의 취향에 가장 맞는 음을 내는 앰프로 frequency response가 1Hz-100kHz이라 하여 지나친 저음이 나오지나 않나 걱정하였는데, 이상하게도 위에 적은 PYE HF25와 같이 무지 막지 한 저음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한번 측정기기를 통한 reading과 인간의 청력은 일치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었습니다. 트랜스는 파드리지와 Gresham 두 종류입니다. 이 DL 7-35로 인하여 인생을 망친 한 사람이 영국 남쪽 해안 도시에 있습니다. 본인과 가끔 연락을 주고 받는데, 우연히 이 DL 7-35를 손에 넣게 된 Stuart Perry라는 사람은 그 소리에 반하여, 과감히 본업을 철폐하고 급기야는 이 DL 7-35를 현대판으로 재 생산 하는 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새로 태어난 DL 7-35는 상당한 반응을 일으키고, 특히 일본인 수입업자로부터 50여대 주문을 받기까지 하였는데, Alas~ 그때가 바로 IMF의 회오리 바람이 몰아치기 직전이었고, Perry가 원자재를 모두 구입하고 생산에 들어간 이후 IMF가 터졌고, 그 일본인의 주문서는 휴지 장이 되어 버린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그전부터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무정한 마누라는 이혼을 선언하고, 불쌍한 어린 두 아이는 아직도 날을 정해 놓고 부모 사이를 시계추 모양 왔다 갔다 하고 있답니다. 그 와중에 집도 날아가고........ 한 오디오 광을 이렇게 까지 만들어 놓은 앰프라니 한번 들어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본체 색상이 Dark Blue, Brown, Black등 3종류가 있는데, 트랜스 커버의 에지가 각이 진 것과 라운드 모양인 것 까지를 따져서 한 쌍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F. Audio Master 520, mono+mono (1957-1961, 출력관 EL34 x2) 이름 그대로 Mullard 5-20 회로 쓴 앰프로 위에 적은 DL7-35와 쌍벽을 이루는 앰프 입니다. 리크 12.1에 탑재된 트랜스가 그 유명한 파트리지사의 제품이라는 설이 있는데, 확인 되지는 않았고, 이 520에 쓴 트랜스는 파트리지사의 제품이 틀림 없습니다. 본체 색상이 maroon색으로 독특하며, 같은 회사의 Type 11A와 외양이 100% 동일 한 것에 주의 하여야 합니다. 크기는 QUAD II와 비슷한데 양쪽 끝에 핸들이 달려 있는 것이 특이 합니다. 음색이나 많은 점이 위의 DL7-35와 동일 하여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글쎄요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G. DECCA DECOLA, stereo (1960-, 출력관 EL34 x2) DECCA DECOLA라 하면 1946년부터 생산된 전설적인 장전축 입니다. 약 250대를 주문 생산 하였다고 하는데, 그 당시 가격이 대충 중산층의 1년 연봉에 맞먹는 엄청난 고급기기였습니다. 운 좋게 하나 구해 갖고 있는 초기 DECCA DECOLA는 모노로 PX25를 쓰는데, 이것을 Decca에서 스테레오 음반을 생산 발매 하며 개량한 것이 바로 이 EL34를 쓰는 스테레오 버전 입니다. 일전에 지인 한 분이 이 PX25버전을 스테레오 한 셋트 구하셔서 들어 보았는데, 오히려 EL34버전이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우월한 것 같다는 감을 주었습니다. DECCA DECOLA는 모든 버전이 귀한데, 특히 EL34버전은 본인이 갖고 있는 것이 영국 내에 존재하는 두 개중의 하나 인 것 같습니다. 리크나 파이보다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트랜스가 별로 시원치 않은 소리를 낼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나, 3극관 연결의 이 앰프의 소리는 적당히 깊은 저음과 지나치지 않은 고음과 탄탄한 중음 어느 하나 험 잡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5. 맺는 말, 여기에 소개한 것 외에도 너무나 많은 앰프가 있습니다. Sound Sale, Lowther, Amstrong, Chapman, Grampion, Shapman, Pamphonic, Kerr McCosh, 등등 이름만 적어도 끝이 없을것 입니다. 일단 위에 소개한 앰프의 이름만 이라도 기억 하셨다가 어떤 기회에던 막닥드리게 되면 두번 생각 할 필요 없이 일단 잡고 보시기를 바랍니다.
(퍼온 글)